[문학 및 만화] 안타까운 불수레
2006-11-29 at 3:21 오후 Filed in:책읽는 메아리 8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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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영난 옮김/시아출판사 |
어제 하루종일 붙잡고 있었던 책입니다. 예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인데 절판이 됐다가 새로 나왔다길래 만세를 부르며 주문한 책이죠. 책은 생각보다 두꺼웠지만 두껍다는 생각이 안들정도로 진도가 잘 나갑니다.
배경은 90년대.. 주인공의 준비기간을 생각하면 80년대도 포함이 되겠지요. 책에서 이야기 하는 내용들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과 어쩌면 그렇게 똑같던지. 책에 있는 걸 그대로 재연하고 있는게 아닌가 할 정도 였습니다. 신용불량자, 개인파산, 일가족 자살, 야반도주. 인터넷이나 뉴스를 통해서 신용불량자에 대한 기사를 보면 어떻게 겁도 없이 저런 돈을 썼을까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의외로 성실하게 갚아나갈려고 하는데 카드이자에 사채까지 끌어쓰고 난 뒤 불어나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서 그렇게 된 사람들도 많다는 이야기. 반면에 정말 사치스럽게 돈을 막 쓰다가 개인파산이라는 것을 신청해서 빚을 없애버리는 20대의 철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그런 경우는 이자는 제하고 원금이라도 갚아나가도록 해야되는게 아닌가 하는 변호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주변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배울 것도 많습니다. “예전에는 가질 수 없으면 노력해서 얻거나 포기를 했지만 요즘에는 카드한장으로잠시나마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 뒤에 지옥이 기다리고 있는 줄도 모르고 뭐라도 된 듯이 행복에 젖어 기뻐하지요.
혼마라는 휴직경찰에게 약혼녀를 찾아달라는 처조카의 의뢰로 시작합니다. 조금만 조사하면 금방 찾겠지로 시작한 조사는 알아볼수록 이상합니다. 약혼녀 쇼코는 쇼코가 아닙니다. 쇼코의 껍질을 쓴 다른 사람. 단서를 모아모아 앞으로 나갈수록 무섭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혼마의 감정이 바로 제 감정이였습니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훔쳐 다시 시작할려는 이 여자 너무 안타깝고 불쌍해서 놔둬야하나, 잡아야하나, 붙들고 뭐라고 해야하나. 잘한 짓은 아닙니다. 섬뜩하고 무서운 짓이지요. 허나 남의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서라도 벗어나고 싶었던 절박함 때문에 나쁘다라는 말이 나오질 않습니다. 단지 불쌍하고 불쌍합니다. 정말 그 방법외에는 구원받을 방법이 없었던걸까요.
제가 대학에 입학할때쯤에는 학교앞에 카드권유를 하는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었습니다. 그땐아무나 카드를 만들 수 있었죠. 전 직장이 있어야만 카드를 만들 수 있다는게 머리에 박혀있어서 안만들다가 자주 구입했던 의류 회사쪽에서 제휴했다고 만들라고 꼬드겨서 만든걸 아직 쓰고 있습니다. 바로 인출되지 않는다 뿐이지 체크카드처럼 사용하고 있죠. 인터넷뱅킹으로 할려면 인증서에 비밀번호에 귀찮은게 많으니까요. 카드 만들면서 절대로 통장한도 얼마이상 넘어서는 쓰지 않는다가 규칙이고 아직까지는 잘 지키고 있습니다. 특별히 갖고 싶은것도 없고 그땐 배낭여행을 가겠다고 꼬박꼬박 적금넣어서 가는게 최고 목표였던 때라 아르바이트비랑 용돈 대부분을 적금에 들이박고 있었죠. 적금 만기되고 여행갈려고 찾아서 못가고 2년넘게 잘 쓰고 있습니다.
카드 발급받으면서 처음부터 이걸로 막 사는거야!!!! 하는 사람은 없을텐데 어쩌다가 그렇게 되버리는 걸까요. 쇼코의 말처럼 ‘단지 행복해지고 싶었을뿐인데..’ 라면 신기루같은 환상이 아닌 현실에서 찾았어야 했는데 슬픕니다.
